아이슬란드의 시간에 대한 이해

아이슬란드의 시간에 대한 이해

Michael Chapman
작성자: Michael Chapman
인증된 전문가

길고 환한 여름과 어두운 겨울밤, 영원하고 신비로운 현재의 나라인 아이슬란드의 마법같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아이슬란드의 시간은 조금 특별한 느낌입니다.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여름과 낮에도 해가 뜨지 않는 겨울은 아이슬란드 시간 개념의 독특함을 잘 보여줍니다. 낮이 가장 긴 날과 가장 짧은 날의 극명한 대비 또한 전 세계 다른 어떤 곳에서도 쉽게 보지 못할 특이한 면입니다. 이런 계절적 특이성과 함께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ík)의 현재 시간, 아이슬란드 초기 바이킹 정착민이 시간을 파악했던 방법 등 마법처럼 신비로운 아이슬란드의 시간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아이슬란드의 현재 시각과 날짜

 

아이슬란드에서 시간은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여름철에는 분명 밤 시간인데도 계속해서 해가 떠 있고 하늘이 환합니다. 겨울철에는 아주 짧은 낮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어둠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길고 긴 겨울밤 동안 아이슬란드인들은 생활하고, 일하며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슬란드의 시간 흐름은 다른 곳에 비해 조금은 독특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봄과 가을의 존재감이 매우 희미합니다. 이곳에서의 삶은 밤이 낮처럼 환하고 따뜻한 여름과 고작 4시간만 해가 뜨는 어둡고 추운 겨울 단 두 가지로 나뉩니다. 
서부 피요르드 등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외곽 지역에 거주할 경우, 겨울철에는 무려 5개월간 산 위로 해가 뜨는 모습을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레이캬비크 인근 지역 하프나르피외르뒤르에서 본 백야

연중 낮이 가장 긴 날은 6월 21일 경인 하지입니다. 백야 현상으로 인해 24시간 내내 하늘이 환합니다. 태양이 해수면 아래로 지는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일출 시각과 일몰 시각은 대략 오전 2시 55분과 오전 0시 3분 사이입니다.

낮이 가장 짧은 날은 동지입니다. 매년 12월 21일경 찾아오는 이날은 해가 오전 11시 22분과 오후 3시 29분 사이에 뜨고 지지만, 일출이나 일몰 현상을 아예 볼 수 없는 지역도 많습니다.

극적인 차이를 보이는 여름과 겨울 사이에는 전 세계 다른 지역과 비슷한 주간 일조 시간을 보이는 계절들이 찾아옵니다. 그럼에도 시간을 구분하기 위한 아이슬란드의 낮과 밤은 여전히 신비롭고, 정의 내리기 힘들며 계속해서 변하는 양상을 보여줍니다.

아이슬란드의 월별 일조시간

일출 시각

일몰 시각

총 일조량

1월

11:21 AM - 10:15 AM

3:41 PM - 5:08 PM

4시간 20분 - 6시간 55분

2월

  10:12 AM - 8:44 AM

5:11 PM - 6:39 PM

6시간 59분 - 9시간 55분

3월

8:40 AM - 6:54 AM

6:42 PM - 8:12 PM

10시간 2분 - 13시간 18분

4월

6:50 AM - 5:08 AM

8:15 PM - 9:44 PM

13시간 31분 - 16시간 36분

5월

5:04 AM - 3:29 AM

9:47 PM - 11:23 PM

16시간 43분 - 19시간 54분

6월

3:26 AM - 3:02 AM

11:26PM - 11:59 PM

20시간 - 20시간 57분

7월

3:03 AM - 4:27 AM

11:58 PM - 10:39 PM

20시간 55분 - 18시간 12분

8월

4:30 AM - 6:03 AM

10:36 PM - 9:62 PM

18시간 6분 - 14시간 49분

9월

6:06 AM - 7:30 AM

8:48 PM - 7:05 PM

14시간 32분 - 11시간35분

10월

7:32 AM - 9:03 AM

7:01 PM - 5:18 PM

11시간 29분 - 8시간 15분

11월

9:06 AM - 10:39 AM

5:15 PM - 3:52 PM

8시간 9분 - 5시간 13분

12월

10:42 AM - 11:22 AM

15:50 PM - 15:38 PM

5시간 8분 - 4시간 16분

 



아이슬란드에서 장기간 거주하다 보면 4계절과 낮, 밤 등 자연적 균형에 대한 기존 인식에 혼란이 생기기도 합니다. 더불어 인간의 인지가 얼마나 제한적이며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덧없는 존재인지 깨닫게 됩니다. 



 

시간 자체에 대한 이야기

아주 오랜 시간 인간은 해와 달, 별을 이용해 시간을 구분해 왔습니다. 천체의 움직임을 보고 과거와 미래 사이, 또는 ‘현재’라 불리는 순간 중 어느 위치에 존재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을 파악하고 정의 내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있어 논쟁이 벌어지지만, 대다수는 ‘지금’ 이 순간의 실존을 당연히 여기곤 합니다.

‘지금’이란 순간을 시계가 현재 가리키는 시간이라 단편적으로 정의 내릴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삶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시간은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고, 존재해왔으며, 운이 좋다면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는 자각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시간은 중력, 움직임, 공간과 에너지처럼 우리의 존재를 샐 틈 없이 감싸고 있습니다. 사실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인간 행동과 생각이란 그 분야와 형태를 막론하고 떠올릴 수 없습니다. 



 

고대 아이슬란드 달력

고대 아이슬란드 달력은 천체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겨울철 주야 평분점을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사용했는데, 아이슬란드 겨울철의 혹독하게 긴 밤과 짧은 낮 시간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닙니다.

고대 아이슬란드 달력의 달별 구분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촬영자 FASenska. 무편집본.

아이슬란드인에게 봄과 가을에 대해 물어본다면, 아마 아이슬란드에서는 환절기는 계절로 치지 않는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슬란드의 계절은 단 두 가지, 여름 아니면 겨울인 셈입니다.

이런 계절 관념은 고대 북유럽 달력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고대 북유럽에서 사용하던 달력은 음력을 기준으로 1달을 30일로 보았고, 1년을 6개월씩 두 계절로 나누었습니다.

당시 달력에서 쓴 달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하르파(Harpa), 스케르플라(Skerpla), 솔마우뉘드르(Sólmánuðr) (5월-7월)
  • 헤얀니르(Heyannir), 트비마우뉘드르(Tvímánuðr), 회이스트마우뉘드르(Haustmánuðr) (8월-10월)
  • 고르마우뉘드르(Gormánuðr), 일리르(Ýlir), 뫼르슁그르(Mörsungr) (11월-1월)
  • Þorri, Góa and Einmánuðr (February-April)

일주일의 요일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쉰뉘다그르(Sunnudagr) (일요일, “해의 날”)
  • 마우나다그르(Mánadagr) (월요일, “달의 날”)
  • 티스다그르(Týsdagr) (화요일, “전쟁의 신 티르의 날”)
  • 오딘스다그르(Óðinsdagr) (수요일, “신의 왕 오딘의 날”)
  • 쏘르스다그르(Þórsdagr) (목요일, 천둥의 신 쏘르의 날”)
  • 프랴우다그르(Frjádagr) (금요일, “미의 신 프레이야의 날”)
  • 뢰이가르다그르(Laugardagr) (토요일, “목욕의 날”)

1개월은 30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대 아이슬란드인들은 360일을 1년으로 계산했습니다. 이 경우 7년마다 한 해의 끝에 한 주를 더하는 방식으로 양력과의 날짜 차이를 조정했습니다. 이를 “쉬마뢰이키(sumarauki)”라 불렀는데, 문자 그대로 “여름의 추가”라는 뜻입니다. 이런 면에서 아이슬란드 달력은 날이나 해를 보정하는 대신 윤주(윤달처럼 여분의 주를 더한 것)를 사용한 셈입니다.

고대의 란드나우마보크(Landnámabók, 정착 일대기)는 이 기발한 방법을 단 한 사람이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홀스테인(Hallsteinn)과 붉은 머리 쏘르스테인(Þorstein)의 딸 오스크(Ósk) 사이에서 아들 쏘르스테인 쉬르트르(Þorsteinn surtr)가 태어났으며, 그가 여름의 추가 방식을 고안했다.’

잉골퓌르 아르나손은 아이슬란드 첫 정착민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천체의 움직임과 신화를 바탕으로 정착할 곳을 정했다고 합니다.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촬영자 Johan Peter Raadsig. 무편집본.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대 바이킹들은 1년의 시작을 여름이 시작되는 첫날로 삼았습니다. 즉, 당시 아이슬란드 정착민들은 지나간 겨울의 숫자를 세어 사람의 나이로 간주했습니다.

현재에도 아이슬란드 농가에서는 가축의 나이를 셀 때 여전히 이 방식을 사용합니다. 여름의 첫날은 4월 18일 이후 첫 목요일인데, 아이슬란드에서는 이날을 공식적으로 기념하고 축하합니다.

 

별을 읽는 사람들 | 바이킹 시대의 시간 파악

마우니(달)과 솔(해)가 하늘에서 늑대에게 쫓기는 모습을 그린 1909년 작품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촬영자 Guerber, H. A. (Hélène Adeline). 무편집본.

 

바이킹계 민족으로 북유럽에 거주하던 노르드인들은 별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데 능숙했습니다. 고대 유럽의 바다를 거침없이 누비던 이들에게 별을 보고 항로를 파악하는 일은 생존과 직결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고대 노르드인들은 별과 천체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데 있어 현대인보다 훨씬 더 기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생존과 직결된 기술이었던 천체 관측에 종교와 신앙이 결합하기 시작합니다. 고대 아이슬란드의 문인이자 정치인이었던 스노리 스튀를뤼손(Snorri Sturluson)의 운문 에다(Poetic Edda)에는 달과 해에 인격을 부여해 만든 이름인 마우니(Máni)와 솔(Sól)이 등장합니다.



쌰지의 눈(Þjazi’s Eyes, 쌍둥이자리의 별 폴룩스(Pollux)와 카스토르(Castor))은 당시 고대인들이 별자리를 밤하늘의 빛나는 ‘눈’으로 보았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1월에 가장 고점에 도달하는 특징 때문에 노르드인들은 쌰지의 눈이 겨울의 여신 스카디(Skadi)에게 이어진 연결고리로 여겼습니다.

노르드인들이 천체의 움직임을 읽고 활용하는데 뛰어난 재주가 있었지만, 고대 그리스나 중국, 바빌론의 천문학처럼 제대로 기록된 문헌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쉽습니다. 



일장석(솔라르스테인(Sólarsteinn))

시간을 구분하기 위해 초기 아이슬란드 정착민들이 사용한 도구가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고대 산문 문학인 사가에는 일장석을 이용해 구름 낀 흐린 날에도 해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측정했다고 나옵니다.

중세 아이슬란드의 단편 소설인 뢰이둘프스 싸우트트르(Rauðúlfs þáttr)에는 얇은 일장석 판을 하늘로 들어 올려 햇빛이 투과되는 정도인 편광현상을 관찰해 시간을 파악했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뢰이둘프스 싸우트트르에 등장하는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귀르뒤르(Sigurður)가 예상했던 대로 날씨는 흐리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왕은 시귀르뒤르와 다귀르(Dagur, 뢰이둘퓌르(Rauðúlfur)의 아들들)를 궁으로 불러들였다. 맑은 하늘이 보이는 곳이 있는지 시종들에게 확인하도록 했으나, 하늘이 맑게 갠 곳은 찾을 수 없었다. 왕은 시귀르뒤르에게 현재 해의 위치를 파악할 방법을 찾도록 명령했다. 왕의 명령은 단호했다. 일장석 판을 가져와 하늘을 향해 들고, 빛이 어떻게 투과하는지 살펴보았다. 그러자 시귀르뒤르의 예측을 바로 검증할 수 있었다.”

민속 설화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일장석은 아이슬란드 수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촬영자 ArniEin. 무편집본.

다른 기록물에서는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지만, 초기 아이슬란드 정착민들이 계절 변화를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방법은 꽤 정확도가 높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위 일화에 등장한 일장석은 아이슬란드 수정이라 불리는 투명한 방해석의 일종으로 추측됩니다. 1592년 좌초된 선박 알데르니(Alderney) 호에서 아이슬란드 일장석이 발견된 바 있으며, 이 사실은 자기 나침반이 발명된 후에도 항해 시 일장석을 여전히 사용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지형 코스모그램 이론

아이슬란드 고대 정착민과 시간, 천체 간의 상관관계를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은 레이캬비크(Reykjavik) 출신의 작가이자 학자 에이나르 파울스손(Einar Pálsson)입니다. 고대 아이슬란드 문학 연구와 관련 공헌으로 송골매 기사단 기사 십자 훈장(Knight’s Cross of the Order of the Falcon)을 수훈한 바 있습니다. 

레이캬비크의 선보야저 동상

1969년, 에이나르는 아이슬란드의 초기 정착 시대에 관한 사회-신화적 이론을 발표하고, 11권의 책으로 자신의 이론을 설명했습니다. 11권의 저서 대부분을 통해 자신의 지형 코스모그램(우주론을 묘사하는 평면의 기하학적 도형) 이론을 설명했는데, 이 이론은 초기 정착민들이 정착을 위해 선택한 지형에 우주론적 개념이 밀접히 반영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 더 보기: 아이슬란드의 역사와 문화


에이나르의 연구는 고대 아이슬란드 사가의 신화적 영향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합니다. 문학과 당시 종교의식 간의 연관성에 초점을 둔 이 이론은 사가의 등장인물들이 인간의 형상으로 인격화된 추상적 개념임을 주장합니다. 냐울의 사가(Njál's Saga)에 등장하는 카우리(Kári)는 시간과 공기를 상징합니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냐울(Njáll)은 창조와 물을 대변하고 스카르페딘(Skarphéðinn)은 죽음과 공의, 불을 뜻한다고 합니다.

아이슬란드인들이 정착한 이유와 방법

에이나르의 이론은 한층 더 깊은 영역으로 이어집니다. 당시 정착민의 삶과 사회에 종교가 깊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정착 시기 군락의 물리적 크기와 배치도를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초기 군락의 모양이 원형인 이유는 당시 정착민들이 지구에서의 삶을 천체의 모습이 투영된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라 주장했습니다.

원은 황도 12궁과 지평선을 상징하는 가장 자연적인 기하학적 구조입니다. 원의 중심점에서 원주로 뻗어나간 방사선은 우주의 기본 방향 및 하지, 동지점을 잇는 선입니다. 언덕이나 산과 같은 주요 자연 지형은 정착지 주변 환경과 코스모그램의 연결점으로 작용합니다.

에이나르는 또한 전 세계 다른 문화권에서도 유사한 형태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잉카인들이 사용하던 쎄퀘스(Ceques)와 후아카(Huaca) 체계 또한 우주의 모습을 도형화해 인류 문명에 투영한 사례입니다.

고대 북유럽 토속 종교에 등장한 세계의 축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촬영자 Oluf Bagge. 무편집본.

영국의 스톤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원형의 중심점에서 연결된 방사선들은 주변의 다른 종교의식 지점들을 가리킵니다. 지형 코스모그램 이론은 전 유럽과 북미, 남미 및 중동 지역의 문명 및 정착지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아이슬란드의 기독교 개종

고대 북유럽 달력을 사용하던 관습이 막을 내린 것은 아이슬란드의 기독교 개종 이후부터입니다. 서기 1,000년경부터 시작된 이 움직임은 아이슬란드어로 크리스트니타카(kristnitaka), 문자 그대로 ‘기독교 개종’이라 부릅니다. 종교적 대변화 덕분에 시간에 대한 개념 또한 크게 변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에 대한 아이슬란드인의 전통적 접근법과 개념 자체가 종교 및 자연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의 기독교 개종 과정이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평화로웠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종교적 분열은 매우 심각했으며 내전 발발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기독교로 국교를 개종하게 되었지만, 당시 아이슬란드인들은 기독교로의 개종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신앙과 개념 체계를 받아들여 내면화하는 데 수 세기가 걸렸을 정도입니다.

당시 아이슬란드의 거의 모든 정착민은 북유럽 토속 신앙을 믿었습니다. 북유럽 신화 속 신족인 아이시르(Æsir)와 바티르(Vanir)가 풍요, 예언, 지혜, 자연, 마법, 전쟁과 정복을 주관한다고 보았습니다.

천계의 신 개념이 결부되다 보니, 지형, 주변 환경과 인간 심리 등 모든 면에 북유럽 토속 신앙을 반영하는 관습이 더욱 공고하게 굳어진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기독교는 외부의 침입자처럼 느껴지기 마련이었습니다. 기독교로 개종했던 첫 아이슬란드인인 쏘르발뒤르 콘라우드스손(Þorvaldur Konráðsson) 이야기를 보면 이 사실이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쏘르발뒤르는 온갖 놀림과 조롱을 받다 고향에서 도망치듯 떠나야 했으며, 결과적으로는 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불행한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올라프 트뤼그바손(Ólafur Tryggvason)이 노르웨이의 국왕 올라프 1세로 즉위한 후부터 아이슬란드의 기독교 개종 압력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통치하는 왕국을 하나의 종교 아래 통합하겠다는 목표로, 올라프 1세는 아이슬란드에 다수의 선교사를 보냈습니다. 그중 하나인 스테프니르 쏘르길스손(Stefnir Þorgilsson)은 이교도 성지들을 파괴하고 다녀 범법자로 공표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몇 번의 실패 끝에 올라프 1세는 아이슬란드의 기독교 개종 노력을 더 강화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노르웨이 항구에 대한 아이슬란드인의 접근 금지, 노르웨이 내 아이슬란드인 납치, 교역 관계 중단 협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이슬란드인들에게 개종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르웨이의 이 같은 조치는 아이슬란드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당시 아이슬란드는 노르웨이와의 외교 관계에 깊이 의지하고 있었던 데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올라프 1세가 아이슬란드 족장들의 가족까지 처형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 전역은 반목과 갈등으로 뒤덮였고, 내전 발발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쏘르게이르 쏘르켈스손은 하루 밤낮을 꼬박 고민하다 기독교 개종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기독교 개종 결정은 임박한 전쟁을 피하기 위해 내린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정치가이자 족장이었던 쏘르게이르 쏘르켈스손(Þorgeir Þorkelsson)이 아이슬란드의 기독교 개종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쏘르게이르는 학식이 있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기독교와 북유럽 토속 종교 두 가지로 나뉘었던 아이슬란드 초기 정착민 사회는 그의 판단을 존중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루 낮 밤을 꼬박 신중히 사료한 끝에, 쏘르게이르는 아이슬란드 문화의 기본 요소를 완전히 바꿔놓을 결정에 도달합니다. 아이슬란드의 공식 국교는 기독교로 개종하되, 개개인의 북유럽 신 숭배나 신앙 유지는 허가하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 기독교 교회가 기반을 다지고 뿌리내린 이후에는 이마저 금지되었습니다.)

노르웨이의 개종과는 달리, 아이슬란드의 기독교 개종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습니다. 개종을 결정하고 난 후, 쏘르게이르는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해 북유럽 신의 우상들을 고다포스(Goðafoss) 폭포에 던져 버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다포스 폭포가 ‘신들의 폭포’라는 이름을 얻게 된 계기입니다. 이후 몇 가지 변화가 신속하게 추진되었습니다. 식용 말고기의 소비가 금지되었으며, 모든 아이슬란드 시민은 세례를 받았고, 북유럽 신앙과 연결된 아이슬란드 달력의 사용 또한 서서히 중단되었으며 라틴어로 기록된 달력이 도입되었습니다.

북극 헨지

현대의 아이슬란드인들은 과거의 조상들만큼 우주를 향한 북유럽 신화식 해석에 관심이 많습니다. 1972년 설립된 다신교 아우사트루아르펠라지드(Ásatrúarfélagið, 아우사트루 종교 단체)는 이러한 양상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아우사트루아르펠라지드는 북유럽 신화 속 신을 믿고 북유럽 토속 신앙을 포교하는 종교 단체입니다. 1992년, 이 종교 단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제인 요르뮌뒤르 잉기 한센(Jörmundur Ingi Hansen)은 다음과 같이 자신들의 종교 활동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아우사트루는 북유럽 신과 그 외의 신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종교관을 갖고 있으며 아이시르(Æsir) 신족을 믿습니다. 이를 실천하는 최적의 방법은 일관성 있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자연의 질서를 지키는 것입니다. 인간의 거주지와 지구, 태양계는 모두 신이 이미 존재하는 물질로 만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의 힘을 신 그 자체로 볼 수 있으며, 고대 아이슬란드인들도 이를 알고 실천해왔습니다.”

아우사트루 종교 단체에 의미 있는 종교적 장소 중 하나는 북극 헨지(Arctic Henge)입니다. 고대 영국의 스톤 헨지처럼 북극 헨지는 해시계의 역할을 하며, 햇볕을 받으면 천체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그림자 패턴을 만들어 냅니다.

북극 헨지는 아이슬란드 북동부 외곽지역에 건설되었으며 후사비크(Húsavík)에서도 무려 130km나 떨어진 뢰이파르호픈(Raufarhöfn)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북극 헨지는 고대 북유럽 토속 신앙을 상징하는 구조물입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촬영자 Regína Hrönn Ragnarsdóttir. 무편집본.

북극 헨지에는 두 개의 큰 탑이 있습니다. 이는 6월 하지 중에 백야의 모습을 상징한 것이며, 네 개의 아치형 구조물은 네 계절을 뜻합니다.

북극 헨지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고 에르링귀르 B 쏘로드드센(Erlingur B Thoroddsen)입니다. 1996년 독자적인 비전을 갖고 ET와 롤링 스톤즈 등 다양한 원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영국 BBC 방송사의 여행 채널인 BBC Travel은 북극 헨지를 두고 “아이슬란드의 환각적인 스톤헨지”라 표현한 바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북극 헨지는 72개의 돌로 만들어진 구조물이며 돌덩이 각자는 고대 문학 작품인 운문 에다에 등장하는 72명의 난쟁이를 상징합니다.

 

아이슬란드인들과 현재의 순간

아이슬란드에서라면 주변 환경에 대해 다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관점을 갖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대자연의 웅장함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미미한 존재인지 깨닫게 됩니다. 덧없는 인간사와 복잡한 현대사회의 걱정 근심으로부터 한걸음 떨어져 관조하는 자세를 갖게 됩니다. 아이슬란드에서 만나는 이러한 순간들은 모두 인간 자신에 대한 인식에 반영됩니다.

고대 북유럽 신화 속 인물로 상징되었던 아이슬란드의 자연은 놀라운 힘으로 가장 단순한 진리를 대면하게 만듭니다. 바로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이야 어떻든, 우리가 바로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이슬란드 남부 해안에 위치한 셀랴란드스포스 폭포는 명상을 하기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이 관점은 기독교의 개념과는 확연한 차이점을 보여줍니다. 기독교에서는 유일신인 “하나님”을 삼라만상의 집합인 자연 그 자체로 보지 않고,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영속하는 별도의 존재로 보기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 문화 속 종교적 관점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라도, 아이슬란드에서 몇 계절을 지내다 보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될 겁니다. 여름철 아이슬란드인들은 전 지구상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햇빛을 만끽하고자 노력합니다. 여름이 되면 시간은 생명이 성장하고 사람이 서로 교류하며 행복감을 만끽할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겨울이 되면 아이슬란드인들은 주로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조용하고 고립된 삶을 추구합니다. 남과의 교류 대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겨울바람만큼 쌀쌀한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들판에 핀 꽃이 환경의 영향을 받듯 주변 환경이 인간의 에너지를 변화시키는 예라고 하겠습니다.

오로라는 아이슬란드를 한층 더 영적인 나라로 만들어줍니다.


아이슬란드의 시간에 대한 여러분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여러분이 경험한 아이슬란드는 밤이 낮처럼 환한 여름이었는지 낮도 밤만큼 어두운 겨울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래 댓글을 통해 아이슬란드의 시간에 대한 여러분의 경험을 나누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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