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의 퍼핀 관측지

수 만 마리가 무리 지어 사는 군락지 또한 퍼핀 만큼이나 매력적인 곳이에요. 한 마리 한 마리씩 떼어놓고 보면 귀엽지만 함께 모여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합니다.

• 아이슬란드의 동물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 아이슬란드의 새들도 만나보세요.

대략 6백만 마리에 달하는 전세계 대서양 퍼핀의 60퍼센트가 아이슬란드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태어난 곳에 둥지를 짓고 다른 퍼핀과 모여 사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의 일부 장소는 퍼핀을 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 퍼핀을 1년 내내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퍼핀은 해수면 위에서 주로 생활하며 짝을 짓고 알을 낳을 때에만 육지로 올라옵니다. 이후 알이 부화하면 새끼들이 성체가 될 때까지 육지에서 키우며 서식합니다. 이 모든 일이 여름철에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에서 퍼핀을 관찰할 수 있는 시기는 6월에서 9월 사이예요.

책임감 있는 퍼핀 관찰법

육지에 둥지를 튼 퍼핀을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 천 년간 인간이 퍼핀을 사냥하고 알을 채집했음에도 불구하고 퍼핀은 사람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불과 1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퍼핀을 관찰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아주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니 퍼핀을 보호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관찰해주시기 바랍니다.  

퍼핀을 가까이에서 관측하게 된다면 다음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주세요. 퍼핀을 괴롭히거나 생활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즐겁게 관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항상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주세요.

• 절벽에서 접근한다면 가장자리 바로 앞까지는 가지 마세요. 퍼핀은 절벽에 굴을 파고 서식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지반이 약한 부분을 밟아 퍼핀의 둥지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해안 절벽들은 수백 미터 높이에 달하기 때문에 여러분께도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 구조가 필요하거나 둥지에서 낙오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퍼핀을 만지지 말아주세요.

• 보트에서 퍼핀을 관찰할 경우 배의 엔진 소음이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찰해주세요.

• 퍼핀은 먹이를 구하고 사냥하는 능력이 충분히 있으니 먹이를 주지 마세요.

단순히 귀여워서 또는 윤리적으로 옳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에도 퍼핀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제 자연 보전 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the Conservation of Nature, IUCN)에 따르면 퍼핀은 현재 멸종 위기 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를 포함 다양한 서식지에서 퍼핀의 개체 수는 줄어드는 추세예요. 따라서 퍼핀을 보호하고 개체수 회복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합니다.

또한 퍼핀 한 마리를 못살게 군다면 군락 전체를 파괴할 수 도 있습니다. 육지에 서식하는 퍼핀은 매우 사교적이며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른 퍼핀들과 서로 의지하며 지냅니다. 퍼핀 한 마리가 겁에 질려 군락지를 떠나면 다른 퍼핀들도 그 뒤를 따라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퍼핀은 서식지 위에 함께 모여 작은 원을 그리며 날아다닙니다. 잠재적인 포식자를 쫓아내고 서식지를 지키려는 습성입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Boaworm 촬영. 무편집본

별 생각 없이 퍼핀을 쓰다듬으려다 유명한 퍼핀 관측지였던 절벽을 텅 비게 만들 수도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이슬란드를 관광하는 동안 퍼핀 보호에 동참하고 싶다면 퍼핀 고기를 구매하지 말아주세요. 책임감 있는 방법으로 퍼핀 사냥이 가능하긴 하지만 퍼핀 고기를 먹는 건 아이슬란드 현지에서도 금기시되고 잇습니다. 더불어 퍼핀 개체수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퍼핀 사냥과 고기 판매를 금지하자는 운동이 진행 중이에요.

• 더 보기: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아이슬란드 음식

지상에서 퍼핀을 보기 가장 좋은 곳

퍼핀은 바위투성이 해안 절벽에 둥지를 틀고 살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아이슬란드 해안가 곳곳에서 퍼핀 군락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퍼핀이 모여 사는 절벽으로 다가가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굳이 배를 타지 않고도 걸어서 접근이 가능합니다.

둥지 틀 곳을 조심성 있게 고르는 습성 때문에 군락지가 아닌 곳에서는 퍼핀을 보기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운이 좋다면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퍼핀이나 퍼핀 새끼를 만날지도 모릅니다.

투어 가이드인 폴리나 피어재크(Paulina Pierzak)와 아르만 아이기슨(Armann Ægisson)의 경우 수도인 레이캬비크 중심가에서 한 밤 중에 퍼핀 새끼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도심의 환한 빛에 어리둥절해 길을 잃고 헤매던 모양이었어요. 종이 상자 속에서 물과 크래커를 먹으며 하룻밤 잘 쉬고 난 후, 어린 퍼핀은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바다에서 5km 정도 떨어진 마을 셀포스(Selfoss)에서 일하던 원예사 제임스 맥다니엘(James McDaniel)은 온실 사이에서 길을 잃고 숨어 있는 퍼핀을 발견했습니다. 약간의 보살핌을 제공한 후 다시 야생으로 돌려 보냈다고 합니다.

물론 위의 사례들은 아주 특이한 경우이니 참조해 주세요. 배를 타지 않고 지상에서 퍼핀을 보고 싶다면 아래 다섯 곳 중 하나를 방문하는 게 가장 관측 확률을 높이는 방법일 거예요.

라우트라뱌르그 절벽

사진 촬영: Michael Blum

라우트라뱌르그(Látrabjarg) 절벽은 아이슬란드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한 해안 지역입니다. 유럽 국가 들 중 아이슬란드가 가장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도 전체 유럽 대륙 중에서 가장 극서부라 할 수 있을 거예요. (실제 지각판 상으로는 유럽 대륙판이 아닌 북아메리카 대륙판 위에 위치하고 있긴 합니다.) 무려 14km에 달하는 길이와 400m의 높이를 자랑하는 위풍당당한 해안 절벽으로 웨스트피요르즈(Westfjords)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예요.

겨울에도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지만 여름철이야말로 라우트라뱌르그 절벽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때입니다. 퍼핀 등 수십 여종의 바다 새가 둥지를 틀고 서식하기 때문에 절벽 전체가 활기에 넘친 모습이기 때문이에요. 바다오리, 북방 가넷, 바다쇠오리에 더해 전세계 큰부리바다오리 개체수의 40%가 이 곳에 둥지를 틀고 머뭅니다. 문자 그대로 수백만 마리의 바다새가 서식하는 라우트라뱌르그 절벽은 숨 막히는 절경 그 자체입니다.

다양한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절벽 가장자리까지 다가갈 수 있으니, 절벽 틈에서 고개를 내민 새부터 바다로 급강하하는 모습까지 다양한 바다새와 동물들을 관찰해보세요. 절벽 가장자리로 갈 때는 가장자리에서 1m 정도 떨어진 곳까지만 조심해서 접근해주세요. 숨겨진 퍼핀의 굴과 둥지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한 조치입니다. 7시간 퍼핀 및 조류 관측 투어에 참여하여 현지 가이드와 최고의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Gsd97jks 촬영. 무편집본

대부분의 해안 절벽에는 가장자리까지 접근 가능한 한계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잘 따라 모두의 안전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라우트라뱌르그는 위풍당당한 모습과 바다새 관측 장소로 매우 유명한 곳이며 더불어 아이슬란드 역사와 전통, 문화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현지인들이 자일과 로프를 타고 절벽을 내려가 알과 깃털을 수집하는 모습을 보게 될 텐데요, 이는 수 세기 동안 이어진 아이슬란드의 오래된 전통입니다. 현재에도 적절한 규칙을 마련해 전통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특유의 절벽 등반 기술 덕분에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영국산 트롤선 Dhoon호가 라우트라뱌르그 절벽 아래에 부딪혀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했었는데, 현지 농부들이 로프를 타고 절벽으로 내려가 12명의 인명을 구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지역 민속 설화에 따르면 줄을 타고 절벽을 내려가는 전통을 익히려면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합니다. 오래 전 라우트라뱌르그 절벽에 한 트롤이 살고 있었는데, 이 트롤은 로프를 끊는 장난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해요. 그 결과 이 트롤은 한 주교에 의해 새 둥지가 없는 굴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지만, 아직도 라우트라뱌르그에 살고 있다는 재미난 설화가 있습니다.

새 관측만을 위해 라우트라뱌르그 절벽을 방문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웨스트피요르즈의 다채로운 절경들 또한 멀지 않으니 한번 방문해보세요.

아이슬란드의 다른 지역 해변은 대부분 검은 모래인데 비해 뢰이다산뒤르(Rauðasandur) 해변은 분홍색이 도는 고운 모래로 유명한 곳이에요.

딘얀디(Dynjandi) 폭포는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포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 더 보기: 라우트라뱌르그 절벽

디르홀레이

라우트라뱌르그 절벽은 퍼핀과 바다새를 보기 아주 좋은 장소이긴 하지만 레이캬비크에서 차를 몰고 무려 7시간이나 가야 합니다. 따라서 레이캬비크에 숙소를 둔 분들께는 쉽지 않은 일정이 될 거예요. 다행히 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남부 해안(South Coast) 에도 퍼핀의 군락지가 있습니다. 바로 거대한 아치형 모양을 자랑하는 디르홀레이(Dyrhólaey) 절벽입니다.

제1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디르홀레이 절벽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세찬 파도에 의해 돌출된 절벽의 하부가 둥그렇게 파인 아치형의 절벽으로, 디르홀레이는 아이슬란드의 경이로운 해안 풍경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화산으로 생성된 지형이 파도에 의해 지난 천 년간 마모되어 완성된 모습이기 때문이에요. 가까이서 바라보면 독특한 육각형 모양의 현무암 기둥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곳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형상이에요.

해변에서 배를 타거나 절벽 위에서 디르홀레이 절벽까지 접근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이면 거대한 퍼핀 군락지가 형성된 모습을 만나게 될 거예요. 라우트라뱌르그 보다는 더 적은 수의 새들이 모여 살지만 (솜털오리의 개체 수는 꽤 큰 편입니다.) 퍼핀의 수는 수 천 마리에 달할 정도입니다.

아치 모양의 디르홀레이 절벽 위에 서 있노라면 새보다 주변 풍경에 마음을 더 사로잡히게 될 거예요. 동쪽과 서쪽으로 남부 해안이 펼쳐진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레이니스퍄라(Reynisfjara) 검은 모래 해변과 뾰족한 촛대 모야의 레이니스드란가르(Reynisdrangar) 해식 기둥도 신비로운 풍경을 자랑합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북쪽으로는 카틀라 (Katla) 화산 위를 덮은 미르달스예퀴들(Mýrdalsjökull) 빙하의 모습까지 볼 수 있습니다.

레이캬비크에서 디르홀레이까지는 3시간 이내의 시간이 걸리는 여정입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남부 해안의 다양한 관광 명소들을 지나가기 때문에 모두 들러본다면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크베라게르디(Hveragerði) 지열 지대에서는 천연 온천 하이킹 및 온천욕이 가능합니다. 또한 많은 사랑을 받는 셀랴란드스포스(Seljalandsfoss) 폭포와 스코가포스(Skógafoss) 폭포도 가는 길에 위치해 있으니 한번 들러보세요. 디르홀레이는 스카프타페들(Skaftafell) 자연 보호 구역과 요퀼살론(Jökulsárlón) 빙하 호수 등 남동부 관광을 위해 이동 중이라면 들리기 좋은 명소 중 하나예요.

툐르네스 반도

툐르네스(Tjornes) 반도는 아이슬란드 북부에 위치한 작고 외진 반도입니다. 반도 서부 해안에서 발견된 화석과 해안 절벽의 바다새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에요. 이 지역에서 서식하는 뇌조는 철마다 이동하지 않아 화석과 함께 연중 내내 반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름철 퍼핀의 이주 시기가 되면 툐르네스 반도는 한층 더 활기를 띄게 됩니다.

새 관측을 위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퍼핀을 쉽게 만날 거예요. 한 산책로는 볼라달스토르파(Voladalstorfa)라 불리는 꼭대기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절벽을 따라 스케이드쇠슬(Skeiðsöxl)로 향합니다.

두 산책로 모두 퍼핀 군락지의 환상적인 모습을 잘 보여줄 거예요. 퍼핀을 감상하면서 뇌조, 민물가마우지, 유럽 바다비둘기 등 다른 바다새의 모습도 눈 여겨 보세요.

툐르네스 반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어 고래나 돌고래 등 해양 동물의 모습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다는 거예요. 전 유럽에서 고래 관측의 중심지라 불리는 후사비크(Húsavík) 마을과 스캴판디(Skjalfandi) 만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더 보기: 아이슬란드의 고래 관측

툐르네스 반도는 북부의 다른 관광 명소를 방문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1시간 정도 차로 이동하면 뮈바튼(Mývatn) 호수가 등장합니다. 독특하고 신비로운 지열 지대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아이슬란드 북부의 수도’라 불리는 문화의 도시 아퀴레이리(Akureyri) 또한 한 시간 반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퍼핀 외에도 다른 새가 보고 싶은 분들은 툐르네스 반도에서 몇 분 정도 남동쪽으로 이동해 바이킹가바튼(Víkingavatn) 호수를 방문해보세요. 바이킹의 호수라는 뜻을 가진 이 곳의 습지에는 수 천 마리의 민물새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민물 오리와 귀뿔논병아리의 모습을 감상해보세요.

잉골프스회프디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Guillaume Baviere 촬영. 무편집본

디르홀레이에서 남부 해안을 따라 더 이동하면 스카프타페들 자연 보호 구역과 요퀼살론 빙하 호수 사이에 잉골프스회프디(Ingólfshöfði) 곶 및 자연 보호 구역을 만나게 됩니다. 웅장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이 곳은 숨겨진 보석 같은 명소예요. 북서부의 모래 언덕을 가로질러야만 방문할 수 있는 지형적 특징 때문에 퍼핀과 바다새들이 안심하고 서식하는 곳입니다.

라우트라뱌르그 절벽처럼 퍼핀과 세가락갈매기 및 바다오리 등 다양한 바다새가 둥지를 튼 모습을 만나게 될 거예요. 잉골프스회프디 주변은 다양한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바다오리 종류 등 다채로운 조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남부 해안에서도 아늑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보니 관광객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지만, 바로 이 이유 덕분에 여유롭게 퍼핀을 감상할 수 있을 거예요.

아름다운 자연 환경 외에도 잉골프스회프디는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이 된 곳입니다. 아이슬란드의 첫 정착민인 잉골퓌르 아르날손(Ingólfur Arnarson)의 이름을 본 따 잉골프스회프디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잉골퓌르 아르날손은 레이캬비크에 마을을 짓기 전 첫 겨울을 이 곳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해안가의 오래된 등대와 지금은 버려진 어부들의 움막 또한 흥미로운 곳이에요. 겉모습은 그다지 아늑해 보이지 않지만 이 지역에 거주하던 소수의 주민들이 굶주림을 피해 지내던 움막입니다.

베스트만 군도

사진 촬영: Ursula Drake

베스트만 군도(Westman Islands) 또는 베스트만나이야르(Vestmannaeyjar)는 아이슬란드 남부 해안에서 떨어진 연안에 위치한 섬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퍼핀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며, 물론 퍼핀의 수가 가장 많긴 하지만 그 외에도 약 30여종의 조류가 이 군도를 서식지로 삼고 있습니다. 섬 대부분의 지역이 새들의 서식지이며 이 중 단 하나 헤이마에이(Heimaey) 섬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헤이마이에는 훌륭한 숙박 옵션도 있습니다. 이 제공하는 모든 것을 즐기고 싶다면 선택하세요.

여름철에 웨스트만 군도로 이동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레이캬비크 공항에서 국내선 항공편도 제공되며 남부 해안 마을 쏘르라우크스회픈(Þorlákshöfn)에서 정기적으로 페리선도 출항합니다. 또한 투어 제공업체들이 소규모 투어도 진행하고 있어 보트 또는 비행기를 이용해 군도로 이동 가능합니다.

이후 자세히 설명드리겠지만 헤이마에이에서 보트 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거대한 퍼핀 군락지인 군도 주변을 배를 타고 이동하며 감상하게 됩니다. 배가 아닌 섬에서 퍼핀을 보고 싶다면 해안 절벽의 군락지를 방문해보세요.

베스트만 군도의 퍼핀 개체 수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 곳 마을 어린이들 사이에 생긴 전통이 있습니다. 바로 절벽에서 떨어져 인공 빛에 길을 잃고 헤매는 퍼핀 새끼들을 아이들이 바다로 돌려보내주는 구조 활동이에요. 앞서 레이캬비크 도심이나 셀포스 온실에서 퍼핀을 구조해준 이야기는 상당히 드문 경우지만, 베스트만나이야르에서 길 잃은 퍼핀을 만나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에요. 지난 여름에만 거의 5,000 마리의 퍼핀 새끼들을 현지 아이들이 구조해 야생으로 돌려보낸 바 있습니다.

하루나 이틀 정도를 베스트만 군도에서 보낼 계획이라면 퍼핀 관측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습니다. 웨스트만 군도는 도망친 노예, 복수로 인한 살인, 해적의 침입 등 흥미로운 역사의 무대이자 가장 최근에는 마을 전체를 삼킬 뻔 했던 화산 폭발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섬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박물관과 역사적 배경이었던 장소를 방문해 아이슬란드의 흥미로운 역사를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

보트를 타고 퍼핀을 보기 가장 좋은 곳

사진 출처: 후사비크 출발 2.5시간 rhfo 사파리 및 퍼핀 관측 RIB 보트 투어

보트를 타고 바다에서 퍼핀을 보는 건 해안 산책로를 따라 지상에서 보는 것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팍사플로이(Faxafloi) 만 주변의 반도 등 다양한 해안 지역을 연안 바다 위에서 감상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일 거예요. 육지에서 보는 방향과 반대로 바다 쪽에서 새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둥지를 보호하려는 퍼핀의 모습보다 더 다채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 위를 스치며 날아가거나 수직 강하해 물고기를 낚는 모습 등 새로운 모습을 관찰하게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혹등고래 (여름철에만 아이슬란드 연안에 서식합니다.)와 흰부리돌고래 등 바다 동물들의 모습도 함께 관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레이캬비크 연안

사진 출처: 레이캬비크 출발 2시간 퍼핀 관측 보트 투어

레이캬비크의 올드 하버(Old Harbour) 항구에서 출발하는 보트 투어는 편리하게 주변 섬에 서식 중인 퍼핀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 인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5월에서 8월 사이라면 다른 보트 투어들도 진행되니 한번 고려해보세요.

팍사플로이 만에는 아퀴레이리(Akurey)와 륀디(Lundi)라는 이름의 섬이 있습니다. 이 두 곳 모두 여름철이면 수 천 마리의 퍼핀이 모이는 군락지예요.

가장 저렴한 직행 보트 투어는 무려 17년 간 이 두 섬으로 관광객들을 안내해왔습니다. 안전하고 조용하게 섬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작은 보트를 이용하고 있으며,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쌍안경까지 준비되어 있어 바다 절벽에 둥지를 튼 퍼핀의 모습을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을 거예요.

사진 출처: 레이캬비크 출발 1시간 퍼핀 관측 보트 투어

일정이 허락한다면 고래 관측과 퍼핀 관찰 투어를 한꺼번에 진행해보세요. 팍사플로이 만은 흰부리돌고래, 쇠돌고래, 밍크고래와 혹등 고래 등이 여름철마다 자주 출몰하는 지역입니다. 흰긴수염고래나 참고래, 돌묵상어 등 드문 고래류를 볼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퍼핀보다 고래에 더 관심이 있으시다면, 고래 관측 투어를 이용해보세요. 바다 위에서 고래의 모습을 찾는 동안 덤으로 해수면을 치고 날아올라가는 퍼핀의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을 거예요.

투어 제공업체가 최선을 다해 동물들을 방해하지 않고 가까이에서 관측을 시도하는 동안, 바다에서 날아오르는 퍼핀의 모습도 만나보세요. 비행보다 민첩한 수영에 더 적합한 몸 구조 덕분에 퍼핀은 하늘로 날아오르기 까지 날개를 파닥거리며 물 위를 힘차게 달려갑니다. 아주 흥미로운 모습이니 눈 여겨 보세요.

북부 아이슬란드 연안

사진 출처: 후사비크 출발 2.5시간 고래 사파리 및 퍼핀 관측 RIB 보트 투어

아이슬란드 북부의 마을 아퀴레이리와 후사비크에서도 퍼핀 관측 보트 투어를 이용해보세요. 여름철에는 레이캬비크 만큼이나 다양한 투어 제공업체가 에이야피외르뒤르(Eyjafjörður) 및 스캬울판디(Skjálfandi) 만 연안으로 보트 투어를 진행합니다. 이 지역은 퍼핀 관측 확률이 아주 높은 곳이에요.

대부분의 투어는 퍼핀만 관측하기 보다 고래 관측과 함께 운영됩니다. 아이슬란드 북부 연안은 혹등고래 수와 흰긴수염고래 등 다양한 고래류가 여름철에 머무르기 때문에, 고래 관측 성공률 또한 매우 높은 지역이에요.

사진 출처: 후사비크 출발 2.5시간 고래 사파리 및 퍼핀 관측 RIB 보트 투어

후사비크에서 RIB 보트를 이용해 다양한 야생 동물을 만나는 투어를 이용해보세요. 대부분의 투어가 퍼핀 서식지로 유명한 플라테이(Flatey) 섬에 들리는 일정입니다. 아퀴레이리에서는 퍼핀 군락지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고래 관측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다양한 바다새도 만나게 됩니다. 고래 관측 및 퍼핀 투어를 이용한다면 에이야피외르뒤르의 험준한 해안 절벽과 연안 바다에서 다양한 야생 동물들을 만나게 될 거예요.

• 더 보기: 아이슬란드의 야생 동물들

스나이페들스 반도 연안

브레이다피외르뒤르(Breiðafjörður)는 스나이페들스네스 반도와 웨스트피요르드를 구분하는 피요르드 지형입니다. 점점이 흩어져있는 작은 섬들과 먹이가 풍부한 연안 바다 덕분에 퍼핀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에요.

안타깝게도 브레이다피외르뒤르 지역에는 퍼핀 관측에 초점을 맞춘 투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근의 스티크키스횔뮈르(Stykkishólmur) 마을에서 출발하는 다양한 보트 투어로 피요르드 지형과 연안에 서식 중인 바다 새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보트 투어 중 한 가지는 연안 풍경을 감상하는 보트 투어에 더해 갓 잡은 신선한 물고기로 만든 초밥을 시식하는 기회도 드립니다. 아이슬란드 연안에서 잘 잡히는 물고기를 일본식 초밥으로 만들어 드리는 투어예요. 연중 내내 이용이 가능하지만 5월부터 9월 사이에 이용하신다면 연안 섬에 서식하는 퍼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스나이페들스네스 반도 고래 관측 투어

퍼핀 철 막바지까지 운영되는 고래 관측 투어 (11월부터 6월까지 운영합니다) 또한 퍼핀과 고래의 모습을 모두 보여드릴 거예요. 브레이다피외르뒤르 지역의 고래 관측은 레이캬비크나 후사비크에 비하면 고래를 볼 가능성이 조금 낮지만 대신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범고래의 모습을 보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위에 추천 드린 투어에 흥미가 없으시거나 일정에 맞지 않는다면, 스티크키스횔뮈르와 웨스트피요르즈의 브라운스라이퀴르(Bránslækur) 사이를 이동하는 발뒤르(Baldur) 페리선을 이용해보세요. 차량까지 함께 이동하며 두 지역을 가장 빠른 속도로 오가는 방법이자, 이동 중에 바다 생물까지 목격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름철에 아이슬란드 링로드를 일주하는 10일, 13일 및 14일 렌트카 여행 키지를 이용 중이시라면, 웨스트피요르즈와 스나이페들스네스 반도 사이를 이동할 때 위의 페리선을 탑승해보세요. 일정과 가격에 페리선 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헤이마이 섬

사진 출처: 웨스트만 군도 퍼핀 및 화산 투어

앞서 설명 드렸듯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퍼핀 군락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면 웨스트만 군도의 헤이마에이 섬으로 향하는 보트 투어를 이용해보세요. 퍼핀과 바다새들이 날아다니는 장관을 바다 위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퍼핀 관측 투어로 광고하지는 않지만 보트 투어 이용 시 퍼핀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거예요.

1시간 RIB 보트 투어의 경우 베스트만나이야르의 무인도 주변을 둘러보며 다섯 개의 동굴과 ‘코끼리 머리’처럼 보이는 화산암 주변 풍경 등을 감상하게 됩니다. 보트를 타고 다양한 작은 섬과 화산암 지형을 지나는 동안 해안 절벽을 따라 서식 중인 퍼핀의 모습을 만나게 될 거예요. 투어 시간 동안 퍼핀 뿐 아니라 바다와 하늘의 다채로운 동물들을 감상할 좋은 기회입니다.

사진 출처: 헤이마에이 항구 출발 베스트만나이야르 군도 1시간 보트 투어

새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바다 생물을 만날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바다표범은 험준한 해안 바위 위에서 여러분을 반겨줄 거예요. 브레이다피외르뒤르 지역에 이어 거대한 흰긴수염고래와 범고래를 보기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웨스트만 군도입니다. 영화 ‘프리 윌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범고래 케이코가 야생으로 돌아가기 전 서식했던 곳이 바로 이 지역입니다.

파페이 섬

동부 아이슬란드 연안에도 배를 타고 이동 가능한 거대한 퍼핀 군락지가 있습니다. 파페이(Papey)는 전체 크기가 불과 2 ㎢에 불과한 작은 섬이에요. 1948년부터 상주하는 주민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후 퍼핀과 바다오리, 바다표범 등이 섬의 주인이 되어 바다새의 천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더 보기: 아이슬란드의 바다표범과 바다표범 관측

파페이 섬으로 가려면 디우피보귀르(Djúpivogur) 마을에서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아이슬란드 링로드 일주 여행 중에 남부 해안에서 동부를 향하는 분들이라면 이 지역을 지나치게 될 거예요. 이스트 피요르즈(East Fjords) 지역에서 가장 첫 정착지였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전국을 일주하는 렌트카 여행 패키지를 이용 중이라면 요퀼살론/회픈(Höfn) 지역에서 동부 최대 정착지인 에일스스타디르(Egilsstaðir)로 향하는 길에 방문하게 됩니다.

이 지역은 특정 명소 보다는 전체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이동하는 구간이니 파페이 섬 보트 투어를 추가한다면 보다 더 알찬 일정을 완성하게 될 거예요.

그림세이 섬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MosheA 촬영. 무편집본

아이슬란드에서 퍼핀 군락지로 유명한 마지막 장소는 바로 그림세이(Grimsey) 섬입니다. 아이슬란드 영토 중에 유일하게 북극권 한계선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지역이에요. 극지방에 도착했다는 증거로 여권에 찍어드리는 도장을 받는 게 목적인 분들이 주로 찾습니다. 하지만 막상 와보면 엄청난 수의 새가 서식하는 모습에 감탄을 멈추지 못하는 곳이에요.

그림세이를 방문하시려면 미리 알아두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최북단에 위치해있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퍼핀의 이동 시기가 조금 빠른 편이에요. 베스트만나이야르 지역이라면 9월에도 일부 남아있는 퍼핀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반해 그림세이에서는 8월 중순이면 이미 퍼핀들이 이동해 버립니다.

그림세이 섬은 북부 아이슬란드를 여행 중이라면 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아퀴레이리에서 정기적으로 페리 선이 운영 중이며 연중 내내 국내선 공항에서 국내선 항공편 이용이 가능합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CGP Grey 촬영. 무편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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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는 진정 전세계 퍼핀 관측의 중심지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 고원지대를 제외하고 하루 정도만 소요하면 퍼핀 군락지를 쉽게 방문할 수 있을 거예요. 여름철에 아이슬란드를 관광 중이라면 꼭 시간을 내어 퍼핀 군락지를 방문해 보시기 바라겠습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퍼핀을 직접 만나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자 큰 축복이라 생각됩니다. 여름철 아이슬란드에서라면 아름다운 해안 절벽을 따라 수 많은 퍼핀이 군락을 이루는 모습을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에 오셔서 퍼핀을 관측한다면 그야말로 특별한 마법처럼 느껴질 거예요.